너무 이른 채점 — AI 거품론에 대한 세 가지 반론
요즘 경제 지면에 비슷한 결의 글이 자주 보입니다.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 AI에 돈은 엄청나게 들어갔는데 생산성 지표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기업들은 프로덕트를 찍어낼 뿐 프로세스 혁신은 하지 않는다. 그러니 거품을 의심해야 한다. 저는 이 진단의 절반에 동의합니다. 그리고 나머지 절반에서, 세 가지가 계속 걸립니다 — 재는 시점, 재는 자, 그리고 재는 단위입니다.
먼저, 동의하는 절반
섹션 제목: “먼저, 동의하는 절반”비판하기 전에 옳은 부분을 분명히 해 둡니다. 거품론이 근거로 드는 관찰들은 대체로 사실입니다. 자주 인용되는 수치를 모아 보면 이렇습니다.
| 거품론이 근거로 드는 관찰 | 수치 |
|---|---|
| 미국 근로자의 생성형 AI 도입률 | 36~41% (매일 집중적으로 쓰는 사람은 13%) |
| 전체 업무 시간 중 AI가 차지하는 비중 | 5.7% |
| 2025년 상반기 미국 GDP 성장 중 데이터센터·인프라 투자 기여분 | 약 90% (그 효과를 빼면 근본 생산성 증가율은 0%에 가까움) |
| 2025년 4분기 실질 성장률 / 추정 생산성 증가율 | 1.4% / 1.9% (장기 평균 미달) |
여기까지는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더 나아가 “AI를 도입했다”와 “일하는 방식이 바뀌었다”는 전혀 다른 말이라는 지적에도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계정을 사 주고 교육을 몇 시간 하고 “우리도 AI 회사”라고 말하는 것 — 저는 이것을 가장 경계합니다. 이 블로그에도 여러 번 적었습니다. 도구를 한두 개 도입하고 끝내는 것, 기존 업무 프레임 위에 챗봇을 한 겹 덧칠하는 것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습니다.
그러니 이 글은 “AI가 대단하다”는 반론이 아닙니다. 같은 관찰에서 왜 다른 결론이 나오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첫째, 재는 시점 — 여섯 달 된 변화를 채점하고 있다
섹션 제목: “첫째, 재는 시점 — 여섯 달 된 변화를 채점하고 있다”인용되는 수치의 시점을 나란히 늘어놓으면 한 가지가 보입니다. 위에 정리한 수치들은 거의 전부가 2025년 자료입니다. 2025년 상반기 GDP 구성, 2025년 4분기 성장률, 그 시기의 도입률과 사용 시간. 그런데 2025년에 사람들이 AI로 실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는 같은 글들이 스스로 적어 두고 있습니다 — 글쓰기 지원, 정보 검색, 단순 코드 작성 같은 보조적이고 개별적인 작업이었다고요.
맞습니다. 2025년은 사람이 일하고 AI가 옆에서 거들던 시기였습니다. 그 시기의 생산성 통계는 “보조 도구를 하나 붙였을 때 얼마나 좋아지는가”를 잰 값입니다. 그리고 그 값이 실망스러웠다는 것이 관찰의 내용입니다.
문제는 그 값으로 지금을 판정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AI가 스스로 도구를 불러 일을 처리하는 형태 — 흔히 에이전트라 부르는 방식 — 가 실무에 들어온 것은 2026년 초입니다. 아직 여섯 달이 되지 않았습니다.
거품론 자체가 반론의 재료를 함께 싣고 있다
섹션 제목: “거품론 자체가 반론의 재료를 함께 싣고 있다”제가 바깥에서 자료를 가져온 것이 아닙니다. 같은 글들이 함께 적어 놓은 네 가지를 나란히 놓으면, 결론이 흔들립니다.
- “대부분의 활용이 보조적·개별적 작업 단위에 머물러 있다” → 즉 측정 대상이 에이전트가 아니었습니다. 보조 도구의 성적표입니다.
- “경영진이 AI에 주당 한 시간 반을 쓰는 현재의 초기 단계를 벗어나야 한다” → 지금이 초기 단계라고 스스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초기 단계의 성과 부진은 부진의 증거가 아니라 초기 단계라는 증거입니다.
- “에이전트형 AI는 기존 챗봇과 자원 소요 구조가 다르다” → 에이전트로의 전환이 이제부터 일어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서술입니다.
- “증기기관이 전기 모터로 바뀔 때도, PC가 보급될 때도 초기 수년간은 생산성 향상이 미미했다” → 이 한 줄이 거품론의 핵심 논거를 무력화합니다. 초기 수년간 생산성이 미미한 것이 역사적으로 정상이라면, 6개월 차의 미미한 생산성은 거품의 증거가 될 수 없습니다.
1990년대 초에도 같은 일이 있었습니다. “PC를 도입했는데 생산성이 오르지 않는다”는 통계를 근거로 PC 혁명을 회의한 분석들이 있었고, 그 통계는 사실이었지만 결론은 틀렸습니다. 틀린 이유는 데이터가 부실해서가 아닙니다. 회사들이 아직 종이 장부의 칸을 그대로 화면에 옮겨 놓은 단계에서 측정했기 때문입니다. 형태는 새것이었지만 일하는 방식은 헌것이었습니다. 지금 인용되는 수치들은 정확히 그 자리에 있습니다.
둘째, 재는 자 — “업무 시간 중 AI 비중”은 구시대의 눈금이다
섹션 제목: “둘째, 재는 자 — “업무 시간 중 AI 비중”은 구시대의 눈금이다”이 지표는 “일은 사람이 한다”는 전제 위에서만 뜻을 가집니다.
AI의 침투를 재는 데 가장 많이 쓰이는 지표 세 가지가 도입률, 매일 사용 비율, 그리고 업무 시간 중 AI 비중입니다. 세 번째를 뜯어보십시오. 사람의 업무 시간을 분모에 놓고, 그중 AI를 쓴 시간을 분자에 놓는 구조입니다.
이 자는 AI가 사람의 작업을 거들 때만 작동합니다. 그런데 지금 일어나는 전환은 그 구조가 아닙니다. 저희 회사 시스템에서 자재 발주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재고가 기준선 아래로 떨어지는 사건을 에이전트가 먼저 감지한다 → 과거 발주 이력과 단가를 참고해 발주 초안을 만든다 → 담당자에게 묻는다. “평소 거래처로 N개 발주 초안을 만들었습니다. 진행할까요?” → 담당자는 승인·수량 수정·반려 중 하나를 고른다.
이때 담당자의 업무 시간 중 AI 비중은 오히려 0에 가깝게 잡힙니다. 그는 AI를 켜고 무언가를 시키느라 시간을 쓰지 않았습니다. 그냥 승인 버튼을 눌렀습니다. 기존 자로 재면 “AI를 거의 쓰지 않는 직원”입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의 발주 업무 전체가 이미 넘어간 상태입니다.
나무는 정확하게 세었습니다. 도입률도, 사용 시간도, 생산성 증가율도 실측값이겠지요. 그런데 그 나무를 세는 방식 자체가 “사람이 일하고 AI가 돕는다”는 옛 숲의 지도에서 나온 것입니다. 숲의 종류가 바뀌면 세는 법도 바뀌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우리는 계속 정확한 숫자로 틀린 그림을 그리게 됩니다.
| 재려는 것 | 지금 쓰는 지표 (보조 도구 시대) | 에이전트 시대에 재야 할 것 |
|---|---|---|
| 침투 정도 | 사람의 업무 시간 중 AI가 차지한 비중 | 그 업무의 1차 수행 주체가 누구인가 — 사람이 초안을 만드는가, 승인만 하는가 |
| 사용 강도 | 매일 AI를 집중적으로 쓰는 사람의 비율 | 에이전트가 낸 판단 중 사람의 결론(승인·반려)까지 간 비율 |
| 학습·개선 | (지표 없음) | 사람이 뒤집은 판단이 다음 판단에 반영되는 비율 |
| 조직 자산 | (지표 없음) | 사람이 퇴사할 때 함께 사라지는 판단 기준의 양 |
아래 두 축에는 아예 지표가 없습니다. 그런데 제조 중소기업 경영자에게는 이 두 축이 위의 두 축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뒤에서 다시 이야기하겠습니다.
셋째, 재는 단위 — 평균은 앞서간 쪽을 지운다
섹션 제목: “셋째, 재는 단위 — 평균은 앞서간 쪽을 지운다”이 전환의 단위는 국가나 산업이 아니라 회사 한 곳씩입니다.
거시 총계 지표는 평균입니다. 그리고 전환기의 평균은 특별히 아무것도 말해 주지 않습니다. 앞서간 소수와 아직 시작도 안 한 다수를 하나의 숫자로 뭉개기 때문입니다. 100개 회사 중 3개가 일하는 방식을 통째로 바꾸고 97개가 그대로라면, 평균은 “거의 변화 없음”으로 나옵니다. 그 평균값은 사실이지만, 그 평균으로 미래를 예측하면 반드시 틀립니다.
그래서 “프로세스 혁신이 보이지 않는다”는 관찰은 어디를 보았는가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저는 지금 그 오른쪽 끝의 한 칸에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아주 잘 보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 처방보다 한 층 아래로
섹션 제목: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 처방보다 한 층 아래로”“업무 프로세스를 AI 중심으로 다시 짜라”는 조언은 옳습니다. 다만 충분하지 않습니다.
거품론을 다루는 글들이 대체로 같은 처방으로 끝납니다 — AI를 기존 업무 중간에 끼워 넣는 보조 툴로 쓰지 말고, 업무 프로세스 자체를 AI 중심으로 다시 짜라. 저도 동의합니다. 그런데 이 문장에는 조용히 깔린 전제가 하나 있습니다. 기간 시스템(ERP)은 주어진 것이라는 전제입니다. 다시 짜는 대상은 그 위에서 사람이 밟는 절차이고, 예시로 드는 것도 물류·재고 관리나 고객 응대 흐름의 재구성입니다.
제가 손댄 곳은 그 아래입니다. ERP의 입력 창을 없앴습니다.
수십 년간 ERP의 전제는 “사람이 빈칸을 채운다”였습니다. 발주서의 품목과 수량, 출고 전표의 LOT 번호, 근태의 출퇴근 시각 — 누군가 키보드 앞에 앉아야 데이터가 생겼습니다. ERP가 좋아진다는 말은 그 입력 폼이 편해진다는 뜻이었습니다. 자동완성과 일괄등록을 아무리 쌓아도 사람이 폼의 주인인 한, 사람이 병목으로 남습니다. 그래서 화살표를 뒤집었습니다. 사람이 시스템을 조작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이 사람에게 결재를 요청합니다.
이 차이는 설계 순서에서 나옵니다. 저는 “○○관리 화면을 만들어 달라”고 묻지 않습니다. “이 업무에서 1년 동안 어떤 의사결정 사건이 일어나는가”를 동사로 뽑아 달라고 묻습니다. 그 동사 하나하나가 에이전트가 부르는 업무 단위가 되고, 화면은 맨 마지막에 “결과를 사람이 확인·승인하는 최소한의 뷰”로만 붙습니다. 화면부터 그리면 반드시 빈칸 채우기로 되돌아갑니다. (설계 순서의 자세한 이야기는 〈동사부터 묻기〉에 있습니다.)
나는 실제로 무엇을 했나
섹션 제목: “나는 실제로 무엇을 했나”주장만 하고 끝내지 않기 위해, 직접 조회한 값을 적습니다. 2026년 4월 12일에 시작해서 오늘로 넉 달째입니다. 1인 체제로 전자결재·인사·급여·연월차·출퇴근·회계를 포함한 기간 시스템을 짓고 있고, 아래는 2026년 7월 30일 기준으로 시스템을 직접 조회한 숫자입니다.
| 실측값 | 무엇인가 |
|---|---|
| 100 | 업무 동사를 에이전트 호출 단위로 구현한 개수 (12개 업무 도메인) |
| 24 | 사람 승인 없이는 실행되지 않도록 관문을 박아 둔 동사 |
| 151 | 동사별 자율성 정책 — 이 중 78건은 아직 ‘꺼짐’ |
| 1,794 | 에이전트가 실제로 내린 판단이 원장에 적립된 건수 |
세 번째 줄을 특히 봐 주십시오. 모든 AI 권한의 초기값이 ‘꺼짐’이고, 켜는 것은 대표 결재 사항입니다. 지금 절반 남짓이 아직 꺼져 있습니다. 이것이 “AI를 도입했다”와 **“AI에게 무엇을 맡겼는지 안다”**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되돌릴 수 있는 일(조회·요약·초안)은 자율 실행을 허용하고, 되돌릴 수 없는 일(고액 구매, 외부 메일 발송, 견적 송부, 인사 결정, 계약 서명, 배터리 안전 관련 결정)은 자율 금지입니다. 회계의 전기 확정·마감·역분개 같은 것은 아예 에이전트가 부를 수 있는 도구로 등록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목록에 없으면 유혹도 없습니다.
그리고 앞에서 “지표가 없다”고 한 두 축
섹션 제목: “그리고 앞에서 “지표가 없다”고 한 두 축”제조 중소기업의 진짜 손실은 시간이 아닙니다. 베테랑 한 사람이 퇴사하면 견적을 뽑는 감각, 까다로운 거래처를 응대하는 방식, 인증 서류를 꾸미는 절차가 통째로 사라집니다. 인수인계 문서는 늘 부실하고, 적을 수 없는 “감”은 결국 후임의 시행착오로 재학습됩니다.
기존 ERP에 남는 것은 결과뿐입니다 — ‘견적서 번호 Q-0412, 금액 3,200만 원’. ‘왜 그 단가로 책정했는가’, ‘왜 이 고객에게 분할 납품을 제안했는가’라는 판단의 근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 사람 머릿속에만 있고, 그 사람이 나가면 함께 나갑니다.
그래서 제 시스템은 매 판단을 한 행씩 남깁니다. 무엇을 보고, 어떤 결정을 냈고, 근거가 무엇이었고, 확신도가 얼마였고, 사람이 그 판단을 뒤집었는지와 그 이유, 그리고 몇 달 뒤 결과가 몇 점이었는지까지 같은 행에 들어갑니다. 지금 1,794건이 쌓였습니다.
“암묵지를 자산화하라”는 조언은 대개 문서 정비로 번역됩니다. 매뉴얼과 기술 문서를 고품질로 가공해 AI가 읽게 하라는 것이지요. 저는 그 방법으로는 정작 중요한 것이 안 담긴다고 봅니다. 문서는 적을 수 있는 것만 담습니다. 적히지 않는 “감”이 문제였는데, 문서를 더 잘 써서 그 감을 담으려는 시도는 인수인계 문서가 30년간 실패해 온 방식의 반복입니다. 그래서 저는 일이 진행되면 자동으로 적립되는 원장을 택했습니다. 사람에게는 시간이 망각이지만, 이런 구조에서는 시간이 적립입니다.
정직한 경계
섹션 제목: “정직한 경계”제 주장의 한계를 먼저 적습니다. 이 순서를 지키지 않으면 저 역시 “우리는 다르다”는 자기 홍보가 됩니다.
또한 판단 원장 1,794건은 개발 서버 데이터로 개발 중 시험 호출이 포함되어 있어 직원 실사용량이 아닙니다. 이 글에서는 “만들어 둔 것이 실제로 돌고 있다”는 근거로만 사용했습니다. “에이전트가 실무에 들어온 시점은 2026년 초”라는 것도 특정 통계가 아니라 제 현장 관찰에 근거한 판단입니다.
정리하면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거품론이 든 관찰은 대체로 사실입니다. 다만 그 관찰은 보조 도구 시대의 성적표이고, 그것을 재는 자는 “일은 사람이 한다”는 전제 위에 만들어진 눈금이며, 그 값은 앞서간 소수를 지워 버리는 평균입니다. 세 겹이 겹쳐서, 실제로 일어나는 변화가 통계 밖에 남습니다.
칼을 쥔 지 여섯 달 된 사람에게 “왜 아직 명검을 못 만들었나”를 묻는 것은, 칼의 문제도 사람의 문제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기다리면 된다”는 말은 아닙니다. 정반대입니다. 이 전환의 단위가 회사 한 곳씩이라면, 총계가 움직이기를 기다리는 회사는 이미 늦습니다. 평균이 올라가는 게 눈에 보일 때쯤이면 오른쪽 끝의 회사들은 이미 몇 년을 앞서 있습니다. 제가 넉 달 전에 시작한 이유가 그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덧붙이겠습니다. 저는 이 일을 두려움을 가진 채 하고 있습니다. 오픈소스가 겁나고, 환각이 무섭고, 솔직히 AI 자체가 두렵습니다. 그 두려움은 무지가 아니라 20년 경력자의 정확한 직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것을 극복할 대상이 아니라 시스템 설계의 첫 번째 입력값으로 삼았습니다. 자율 금지 목록도, 승인 관문도, 초기값 ‘꺼짐’도 전부 거기서 나왔습니다.
이 글과 이어지는 기록 — 화살표를 뒤집는다는 게 무슨 뜻인지는 〈입력 없는 ERP〉, 지식의 귀속 주체를 바꾸는 이야기는 〈퇴사·인수인계 리스크의 구조적 제거〉, 수치의 정직한 경계를 먼저 적은 글은 〈생산성 임계 돌파〉, 도구가 아니라 사고방식이 바뀐다는 이야기는 〈세 번째 변곡점〉에 있습니다. 어디까지 했고 어디가 비었는지는 〈사례연구 · SL.AIMS〉에서 정리했고, 월요일 아침에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는 〈PC 한 대에서 시작하는 법〉에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