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개발자에서 데이터 아키텍트로
나는 1990년대 후반에 IT 개발자로 일을 시작했다. 데이터베이스를 다루고 기업의 정보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었다. 마침 국내 기업들이 앞다투어 전산 시스템을 들이던 때였고, 나는 그 한가운데에서 데이터가 어떻게 쌓이고 흐르는지를 매일 들여다봤다. 일을 하면 할수록 한 가지가 분명해졌다. 회사라는 조직은 결국 데이터와 일의 흐름으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작게라도 직접 운영해 보다
섹션 제목: “작게라도 직접 운영해 보다”2000년대 초에는 작은 IT 회사를 직접 차려 몇 해 동안 운영했다. 솔루션을 개발해 납품하는 일이었다. 기술만 알면 될 줄 알았는데, 막상 회사를 맡고 보니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사람을 뽑고, 급여를 맞추고, 자금을 굴리고, 결과에 책임을 지는 일까지가 경영이었다.
규모는 작았지만 회사 전체가 어떻게 맞물려 돌아가는지를 이때 처음 몸으로 익혔다. 좋은 기술을 가졌다고 회사가 굴러가는 게 아니라, 돈이 들어오고 나가는 흐름과 사람이 일하는 구조가 맞아야 한다는 것. 개발자의 눈에서 운영자의 눈으로 넘어간 시기였다.
대형 시스템의 데이터를 설계하다
섹션 제목: “대형 시스템의 데이터를 설계하다”2000년대 중반부터는 대형 SI 프로젝트의 데이터 설계를 맡았다. 국내 최대 통신사의 BI 포털, 대형 홈쇼핑의 데이터 웨어하우스, 국가 철도 차량의 유지보수 시스템 같은 프로젝트였다. 오라클 기반의 데이터베이스와 데이터 웨어하우스를 설계하고, 수천만 건의 데이터를 분석과 의사결정에 쓸 수 있는 구조로 정리하는 일이 많았다.
이런 프로젝트는 수십에서 수백 명이 몇 달에서 몇 년에 걸쳐 매달리는 규모였다. 거기서 내 역할은 화면이나 기능 하나를 잘 만드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가 전체적으로 어떻게 흐르고 어디에서 막히며 어떻게 일관성을 유지하는지를 설계하는 쪽이었다. 한 부서가 만든 데이터를 다른 부서가 어떻게 쓰는지, 같은 숫자가 시스템마다 다르게 집계되지는 않는지, 결정에 필요한 정보가 제때 닿는지를 들여다보는 일이었다. 큰 조직일수록 문제는 한 사람의 실수가 아니라 구조에서 나왔다.
남은 것은 ‘시스템적 사고’
섹션 제목: “남은 것은 ‘시스템적 사고’”이 십여 년 동안 내 몸에 밴 것이 ‘시스템적 사고’다. 문제를 사람이나 분위기가 아니라 구조로 보고, 흐름과 병목을 먼저 찾고, 인상이 아니라 데이터로 확인하는 방식이다. 데이터는 반복해서 물으면 같은 답을 내지만, 사람의 기억이나 입장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나는 회의가 길어질수록 데이터를 먼저 찾는 사람이 됐다.
지금 돌아보면, 나는 어느새 기능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구조를 읽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이 눈은 이후 분야를 두 번 바꾸는 동안에도 변하지 않고 따라왔다. 그것이 내가 가진 가장 큰 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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