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S 회로를 AI가 검토하게 만들기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 회로도 한 장을 사람이 검토하는 데는 노련한 엔지니어의 반나절이 듭니다. 보호회로 하나가 빠지면 배터리가 위험해집니다. 그 반복적이고, 실수가 치명적인 검토 노동을 AI가 보조할 수 있을까요. 이 글은 그 시도의 기록이자, “안전이 걸린 일에 AI를 넣을 때 가장 먼저 정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먼저 — BMS가 도대체 무엇인가요
섹션 제목: “먼저 — BMS가 도대체 무엇인가요”배터리는 그냥 전기를 담는 통이 아닙니다. 너무 많이 충전하면(과충전) 부풀거나 발화하고, 너무 많이 빼면(과방전) 망가지고, 한꺼번에 큰 전류가 흐르면(과전류) 타고, 뜨거워지면(과열) 위험해집니다. 이 네 가지 위험으로부터 셀을 지키는 작은 회로 보드가 BMS입니다.
BMS 검토가 왜 그렇게 어려운가
섹션 제목: “BMS 검토가 왜 그렇게 어려운가”BMS 회로도 한 장에는 여러 경로가 한꺼번에 얽혀 있습니다. 충전 경로, 방전 경로, 사전충전 경로, 셀 하나하나의 전압을 읽는 감지 체인, 온도를 재는 센서 연결(NTC) — 이것들이 좁은 도면 위에 겹쳐 그려집니다. 그리고 이 중 어느 하나라도 보호 소자가 빠지거나 잘못 연결되면, 그 결과가 셀의 발열·발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회로 검토는 “도면이 예쁜가”를 보는 일이 아닙니다. **“이 보호 경로가 실제로 존재하는가, 부품이 데이터시트 규격 안에서 쓰이는가”**를 한 줄 한 줄 대조하는 일입니다. 여기에 함정이 하나 있습니다. 도면에 부품이 그려져 있다고 해서, 그 보호 기능이 전기적으로 성립한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 회로도(.asc) 한 가지만으로는 모든 걸 확정할 수 없습니다. 부품이 실제로 규격 안에서 동작하는지는 자재명세서(BOM)와 데이터시트를 함께 봐야 알고, 열이나 절연 같은 물리적 문제는 기판 배치(layout)까지 봐야 압니다. 한 소스만으로 “정상”이라 단정하는 순간, 거짓 안심이 시작됩니다.
AI에게 회로도를 읽히다 — 단, “그리는” 게 아니라 “점검하는”
섹션 제목: “AI에게 회로도를 읽히다 — 단, “그리는” 게 아니라 “점검하는””그래서 PADS 회로도(.asc) + 자재명세서(BOM) + 데이터시트 PDF — 이 세 가지를 교차 검증하는 AI 검토 보조 도구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여기서 방향을 분명히 했습니다. AI가 회로도를 그리는 게 아닙니다. 사람이 그린 회로도를, AI가 정해진 규칙에 따라 점검합니다. 점검 항목은 사람 전문가가 늘 보던 것과 똑같습니다.
- 각 보호 경로(충전·방전·사전충전)에 필요한 소자가 실제로 배치돼 있는가
- 셀 전압 감지 체인과 온도 센싱 핀이 올바르게 연결돼 있는가
- 소자가 데이터시트의 정격(derating, 여유 한도) 안에서 쓰이는가
- 고장 모드(FMEA) — 이 소자가 망가지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가장 중요한 설계 — “틀렸을 때 어떻게 멈추는가”
섹션 제목: “가장 중요한 설계 — “틀렸을 때 어떻게 멈추는가””안전이 걸린 도메인에 AI를 넣을 때, 가장 먼저 정해야 할 건 “얼마나 똑똑하게 만드나”가 아닙니다. **“확신이 없을 때 무엇을 하게 만드나”**입니다. 회로 검증에서 가장 위험한 AI는 멍청한 AI가 아니라, 모르면서도 그럴듯하게 단정하는 AI입니다.
그래서 검토 결과를 색이 분명한 네 칸으로 나눴습니다. 각 판정이 무엇을 뜻하는지가 핵심입니다.
| 판정 | 뜻 | 사람이 할 일 |
|---|---|---|
| 확인됨 | 여러 근거로 정상이 입증됨 | 가볍게 확인하고 넘어감 |
| 모순됨 | 근거끼리 어긋남 — 문제 가능성 높음 | 즉시 깊게 본다 |
| 근거 부족 | 판단할 자료가 모자람 | 추가 자료를 찾는다 |
| 검토 보류 | 애매 — 단정하지 않음 | 사람이 직접 판단 |
왜 이게 회사의 경쟁력인가
섹션 제목: “왜 이게 회사의 경쟁력인가”회로 검토를 AI가 1차로 걸러 주면, 엔지니어의 일이 바뀝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보는” 일에서 “AI가 표시한 의심 지점만 깊게 보는” 일로 옮겨 갑니다. 반나절이 한두 시간이 됩니다. 그런데 시간 절약보다 더 큰 게 있습니다 — 일관성입니다.
| 구분 | 그때 — 사람만 | 지금 — AI 1차 + 사람 확정 |
|---|---|---|
| 기준 | 사람의 컨디션을 탄다 | 매번 같은 규칙을 같은 강도로 적용 |
| 누락 | 피곤한 금요일 오후엔 같은 항목을 놓침 | AI는 컨디션이 없다 |
| 사람의 집중 | 처음부터 끝까지 분산 | 의심 지점에 몰아준다 |
다만 솔직히 적어 둡니다. 이건 1인 개발로 진행 중인 도구이고, 사람의 검토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 보조합니다. 최종 판단과 책임은 여전히 사람에게 있습니다. 지금은 이 방향의 완성도를 높게 보고 계속 밀고 있지만, “AI가 회로를 책임진다”가 아니라 “AI가 사람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만든다”가 정확한 표현입니다. 이 구분을 흐리는 순간, 안전 도메인에서는 가장 위험한 거짓말이 됩니다.
이 글은 SL.AIMS를 만들며 겪은 현장 회고 중 하나입니다. 같은 안전 원칙은 BMS 펌웨어 자동화 이야기로 이어지고, 전체 그림은 〈사례연구: SL.AIMS〉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