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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팩 니켈플레이트 설계를 자동화하다

배터리팩은 셀 여러 개를 직렬·병렬로 엮은 구조물입니다. 그 셀들을 전기적으로 잇는 게 니켈플레이트입니다. 어떻게 엮을지, 어디에 용접점을 둘지는 사람이 매번 손으로 그려 왔습니다. 정해진 규칙이 분명히 있는데도 매번 처음부터 다시 그리는 이 노동을, 구조화된 자동 설계로 바꿀 수 있었습니다. 이 글은 “어디서부터 자동화를 시작해야 가장 빨리 이기는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배터리팩 자동 설계 도구(SL Power PACK INTELLIGENCE) — 윗면·아랫면 셀 배열도(13S·52셀, 육각 배치), 좌측 셀 위치·ICC 격자 조건·고정 탐색 설정, 하단 팩 요약(셀 수·니켈·크기 286×98mm)
실제 '배터리팩 자동 설계' 도구. 직병렬 구조(예: 13S·52셀)와 셀 사양을 넣으면 윗면·아랫면 셀 배열과 니켈플레이트 연결이 규칙대로 자동 도출됩니다 — 사람이 매번 손으로 그리던 일을 구조화한 결과입니다.

먼저 용어부터 — 직렬·병렬과 니켈플레이트

섹션 제목: “먼저 용어부터 — 직렬·병렬과 니켈플레이트”

배터리팩은 작은 셀(전지 한 알) 여러 개를 묶어 만듭니다. 묶는 방식이 두 가지입니다. 줄줄이 잇는 직렬(S)과, 나란히 붙이는 병렬(P)입니다. 이 둘로 팩의 성능이 결정됩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13S5P로 만들자”까지는 명확한 규칙입니다. 그런데 그 추상적 구조를 실제 셀이 어디 놓이고, 금속판이 어떤 모양으로 어디를 잇는가로 옮기는 작업이 남습니다. 바로 여기가 사람 손이 매번 다시 들어가던 자리입니다.

팩 설계는 사실 “규칙이 있는 반복”이다

섹션 제목: “팩 설계는 사실 “규칙이 있는 반복”이다”

직렬 수가 전압을, 병렬 수가 용량을 결정한다 — 여기까지는 계산입니다. 문제는 그다음, 이 직병렬 구조를 실제 셀 배치로, 다시 셀과 셀을 잇는 니켈플레이트의 형상과 용접점 위치로 옮기는 작업입니다. 같은 셀, 같은 규칙인데도 신규 모델마다 처음부터 다시 그렸습니다.

숙련된 사람은 빠릅니다. 하지만 그 빠름의 비결, 즉 “이런 구조면 이렇게 배치하고 이렇게 잇는다”는 규칙은 대부분 문서가 아니라 그 사람의 손끝과 머릿속에 있었습니다.

구조를 입력하면 설계가 나오게

섹션 제목: “구조를 입력하면 설계가 나오게”

그래서 직병렬 구조와 셀 사양을 입력하면, 셀 배열과 니켈플레이트 구조가 규칙에 따라 자동으로 도출되도록 만들었습니다. 핵심은 사람이 암묵적으로 적용하던 규칙들을 명시적인 입력→출력 관계로 구조화한 것입니다. 머릿속 노하우를, 같은 입력에 같은 출력을 내는 규칙으로 끄집어낸 셈입니다.

구조를 넣으면 → 설계가 나온다 (3단계 변환) ① 입력 직렬·병렬 수 셀 사양 예: 13S5P ② 셀 배치 셀의 물리적 배열·위치 ③ 연결 어느 셀과 어느 셀을 잇나(토폴로지) ④ 출력 니켈플레이트 형상·용접점 같은 입력 → 항상 같은 출력. 사람마다 달라지던 결과가 일관돼진다.
사람이 머릿속에서 한 번에 처리하던 일을 명시적 단계로 펼친 것입니다. 각 단계가 규칙으로 코드화돼 있어, 같은 입력에는 항상 같은 결과가 나옵니다. 그 일관성이 곧 양산 품질의 안정성입니다.
  • 직렬·병렬 수 → 셀의 물리적 배치
  • 셀 배치 → 어느 셀과 어느 셀을 이을지(연결 토폴로지)
  • 연결 토폴로지 → 니켈플레이트 형상과 용접점

한 번 규칙을 코드로 옮겨 두면, 같은 입력에는 같은 결과가 나옵니다. 사람이 그릴 때마다 미묘하게 달라지던 결과가 일관돼집니다. 그리고 그 일관성이 곧 양산 품질의 안정성으로 이어집니다 — 똑같이 만들어야 똑같이 안전하니까요.

제품 여정의 여러 갈래 중, 이 배터리팩 자동 설계를 가장 완성도 높은 축으로 봅니다 — 현황을 사실상 100%로 봅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형제 글들과 비교해 보면 분명해집니다.

영역지배하는 성질자동화 난이도
회로 검토판단·예외가 많음높음 (보조에 그침)
펌웨어추적·맥락이 많음중간 (토대부터)
배터리팩 설계기하학적 규칙낮음 (가장 잘 먹힘)

배터리팩 설계는 규칙이 가장 명확하고 기하학적인 영역입니다. “이 구조면 이 배치”가 거의 결정돼 있습니다. 판단이 많이 끼는 회로 검토나 맥락이 많은 펌웨어보다, “정해진 규칙의 반복”이 지배하는 영역이 자동화의 첫 성공처가 되는 건 자연스럽습니다.

물론 1인 개발로 진행 중인 만큼, 모든 셀 타입과 모든 팩 형태를 다 덮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하지만 “사람이 매번 손으로 그리던 것”을 “구조를 넣으면 나오는 것”으로 바꿨다는 점에서, 이 축은 분명한 전환점을 지났습니다.

자동화이면서, 동시에 지식 보존

섹션 제목: “자동화이면서, 동시에 지식 보존”

이 일에는 시간 절약 말고도 숨은 가치가 하나 더 있습니다. 사람 머릿속에만 있던 팩 설계 규칙이 코드로 옮겨졌다는 것 — 그건 자동화인 동시에 회사 지식의 보존입니다.

예전에는 “왜 이 구조에서 이렇게 배치하는가”라는 노하우가 숙련자 한 사람의 손끝에 있었습니다(앞서 짚은 위험). 이제 그 규칙은 입력→출력 관계로 명시돼 코드 안에 삽니다. 그 사람이 바빠도 병목이 안 생기고, 떠나도 규칙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누가 와도 같은 입력에 같은 결과를 얻습니다. 자동화가 “사람을 대신하는 것”으로만 보이지만, 실은 “사람의 지식을 회사에 새겨 두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건 이 프로젝트 전체가 지향하는 방향과 같습니다 — 회사의 노하우가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에 쌓이게 만드는 것.


이 글은 SL.AIMS를 만들며 겪은 현장 회고 중 하나입니다. 자동화 토대 이야기는 BMS 펌웨어 자동화에, 전체 그림은 〈사례연구: SL.AIMS〉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