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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가이드 앱 — 본업 옆에 자란 작은 프로젝트가 가르쳐 준 것

ERP를 만드는 와중에 개인 여행 가이드 앱을 따로 만들었습니다. 본업과 무관해 보이지만, 같은 서버 위에서 나란히 돌아가며 의외의 교훈을 줬습니다 — 인프라를 잘 갖춰 두면, 새 제품 하나를 얹는 비용이 얼마나 작아지는가에 대하여. 이 글은 “잘 만든 인프라의 진짜 가치는 어디서 드러나는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가족 여행 가이드 앱 홈 화면 — '우리 가족 대탐험', 출발까지 D-112, 11박 12일 스위스·이탈리아 경로, 현재 날씨, 방문 도장 모으기
ERP를 만들던 같은 인프라 위에 얹은 개인 여행 가이드 앱. '우리 가족 대탐험' 홈 — 출발 D-112 카운트다운, 현지 날씨, 방문 도장 모으기까지. 새 제품 하나를 얹는 비용이 얼마나 작아졌는지를 보여 주는 증거입니다.

1. 본업 옆에 자란 사이드 프로젝트

섹션 제목: “1. 본업 옆에 자란 사이드 프로젝트”

여행 가이드 앱은 ERP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개인 프로젝트였습니다. 그런데 이걸 별도 서버에 새로 띄우지 않고, ERP가 돌아가는 같은 서버 위에 나란히(co-tenant) 올렸습니다. 한 서버에서 서로 다른 두 제품이 각자의 영역으로 격리된 채 공존하는 구조입니다. 이 앱도 현재 완성 단계로 본다는 것이 CEO의 판단입니다(1인 개발 단계).

ERP를 만들면서 이미 서버·프록시·배포 파이프라인·데이터베이스를 갖춰 뒀습니다. 새 앱을 위해 이 모든 걸 처음부터 다시 세팅하는 건 낭비였습니다. 핵심 장치는 리버스 프록시였습니다.

리버스 프록시가 도메인별로 트래픽을 갈라 주니, 새 서비스 하나를 추가하는 건 사실상 **“프록시 규칙 한 줄과 프로세스 하나”**면 충분했습니다. 건물은 이미 서 있고, 안내 데스크에 “새 세입자 한 명, OO호” 한 줄만 추가하는 셈입니다.

한 서버, 두 제품 — 경계는 분명히 방문자 요청 들어오는 트래픽 리버스 프록시 도메인 따라 분배 ERP (본업) 자체 프로세스 · 영역 격리 여행 앱 (사이드) 자체 프로세스 · 영역 격리 한 대의 서버
한 서버 안에서 리버스 프록시가 트래픽을 ERP와 여행 앱으로 가릅니다. 둘은 서로를 전혀 모른 채 각자의 영역에서 삽니다. 새 앱을 얹는 비용 = "프록시 규칙 한 줄 + 프로세스 하나".

3. 작은 앱이 검증한 것 — 인프라의 건강검진

섹션 제목: “3. 작은 앱이 검증한 것 — 인프라의 건강검진”

사이드 프로젝트는 본업 인프라의 “리허설”이기도 했습니다. 새 제품을 빠르게 얹어 보는 경험은, 우리 인프라가 정말로 재사용 가능하고 확장 가능한가를 시험하는 자리였습니다.

여기엔 숨은 진단 가치가 있습니다. 만약 새 앱 하나 올리는 게 며칠씩 걸렸다면, 그건 인프라가 특정 제품(ERP)에 너무 강하게 묶여 있다는 신호였을 것입니다. 좋은 인프라는 그 위에 무엇을 올리든 받아 줘야 합니다. 다행히 여행 앱은 가볍게 올라갔고, 그건 인프라가 건강하다는 증거였습니다.

새 서비스를 얹는 비용상대적 부담
건강한 인프라규칙 한 줄 (짧음)
묶여 있는 인프라며칠 (김)

새 서비스 하나를 얹는 데 드는 비용이 그 인프라의 건강을 말해 줍니다. 짧을수록 건강합니다.

새 앱을 얹을 때건강한 인프라특정 제품에 묶인 인프라
서버 준비이미 있음 (재사용)새로 세팅
트래픽 분배프록시 규칙 한 줄설정 전반을 다시
배포·모니터링기존 노하우 그대로처음부터 다시 익힘
걸리는 시간며칠 이내막연히 길어짐

이 표가 곧 진단 도구입니다. 오른쪽 칸에 자꾸 해당된다면, 그건 인프라가 본업 제품 하나에만 최적화돼 다른 걸 받아 줄 유연성을 잃었다는 신호입니다. 여행 앱은 왼쪽 칸으로 깔끔히 떨어졌고, 그게 인프라가 건강하다는 조용한 증거였습니다.

“배터리 만드는 회사가 왜 여행 앱을?”이라고 물을 수 있습니다. 답은 단순합니다 — AI와 협업하면 한 사람이 만들 수 있는 제품의 폭이 넓어집니다. 인프라가 갖춰져 있고 AI가 코드를 빠르게 써 주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험하는 비용이 극적으로 낮아집니다.

여행 앱 여정 화면 — Day 4 그린델발트 일정, 피르스트 곤돌라·정상·플라이어(짚라인) 등 각 장소에 지도·길안내·'예약 필수' 표시
여정 화면. 11박 12일 일정을 날짜별로 펼치고, 각 장소에 지도·길안내·'예약 필수' 표시까지 붙였습니다. 본업과 무관해 보이는 앱이지만, 같은 서버·같은 패턴으로 빠르게 완성됐습니다.

여행 앱은 그 **“1인이 여러 제품을 동시에”**라는 가능성의 작은 증거였습니다. 본업(배터리·BMS)을 하면서도, 인프라와 AI라는 두 지렛대 위에서 곁가지 제품 하나를 가볍게 띄울 수 있다는 것. 이게 작은 조직이 AI 시대에 얻는 새로운 자유입니다.

이 가벼움이 가능했던 건 두 개의 지렛대가 동시에 받쳐 줬기 때문입니다. 하나만으로는 부족합니다.

  • 인프라 지렛대 — 서버·프록시·배포·DB가 이미 서 있으니, 새 앱의 “땅값”이 0에 가깝습니다. 한 번 잘 닦아 둔 길을 계속 재사용합니다.
  • AI 지렛대 — 앱의 실제 코드를 AI가 빠르게 써 주니, 아이디어에서 동작하는 결과물까지의 거리가 짧습니다.

두 지렛대가 곱해지면, “1인이 본업 외에 곁가지 제품 하나를 더”가 무모한 욕심이 아니라 현실적 선택이 됩니다. 예전엔 새 제품 하나가 “팀 하나, 서버 하나, 몇 달”을 뜻했습니다. 지금은 “기존 인프라 + AI + 며칠”일 수 있습니다. 이 차이가 작은 조직에 주는 자유는 생각보다 큽니다.


이 글은 SL.AIMS를 만들며 겪은 현장 회고 중 하나입니다. 전체 그림은 〈사례연구: SL.AIMS〉에 있습니다.